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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다른 시간 – 첫 개항, 능허대

바람 불면, 아버지는 바다를 건넜다

개항의 역사를 찾아 길을 나선다. 인천항이 아니다.
이 땅의 진정한 개항은 삼국시대 청량산 끝자락 능허대凌虛臺에서 이미 시작됐다.
백제는 중국과 교류하기 위해 고구려를 피해 바닷길을 건너야만 했다.
능허대의 나루터 한나루大津에서 닻을 올린 배는,
덕적 바다 건너 중국 산둥의 동래주東萊州까지 머나먼 항해를 떠났다.

 

사신들은 능허대 언덕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다,
때가 되면 배에 올라 부모와 처자식을 등진 채 난바다로 떠나갔다.
남은 가족은 문학산 사모지고개三呼峴에서
멀어져 가는 아버지를 외쳐 부르며 아픔을 삼켜야만 했다.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길. 오늘 능허대 언덕이 있던 자리에,
남몰래 흘리던 아버지의 눈물 씻어내던, 그 바람이 분다.

 

정경숙 본지 편집장 |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손에 든 옛 사진은 1930년대 능허대 일대로 왼쪽으로 언덕이, 오른쪽에는 능허대가, 그 뒤편으로 아암도가 보인다.
오늘 나루터 한나루 부근에는 아파트 숲이 채워지고 아암도 일대에는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 옛 흔적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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