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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인천

백령도를 그리다
삶을 그리다

최정숙은 중구 송월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인천에 살면서 아버지의 삶이 깃든 백령도를 그리고 있다.

글·그림 최정숙 화가·해반문화 이사장

푸른 새벽, 백령에서 100×40 acrylic

누구나 어렸을 때에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부모에 의해 선택된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가 자식을 낳아 어미가 되고 1990년대 초부터 인천에서 지역 문화 운동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인천의 역사 문화를 깊이 사랑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화마을이 된 중구 송월동에서 태어나 응봉산 만국공원과 차이나타운. 그리고 만석동, 화수동 일대를 코흘리개 동무들과 뛰어다니며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걷던 옛길들과 골목 풍경은 아직도 어릴 적 모습으로 꿈속에서 살아납니다.
저의 부모님은 왜 송월동에 둥지를 틀게 되었을까요. 아버지의 고향은 서해 최북단, 북녘 땅이 더 가까운 백령도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1953년 정전이 되고 백령도는 황해도 장연군에서 남녘 땅으로 편입되어 섬에서 뭍으로 가는 뱃길이 생겼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이북에서 많은 피란민들이 인천으로 들어와 정착했습니다. 부모님도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1954년에 하인천역 근처 당시 연안부두와 가까운 송월동에 적산 가옥을 마련해 아버지 형제들까지 다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집에는 늘 백령도 친척을 비롯해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저는 풍랑으로 뱃길이 끊어지면 며칠씩 묵어가는 ‘백령도 최 면장집 셋째 딸’이었습니다.
백령도에 처음 갔던 기억이 납니다. 대식구다 보니 어머니가 당시 다섯 살인 저를 백령도 할머니 댁에 잠시 맡겼습니다. 스무 시간 하루 꼬박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가는데 어린 저에게는 그 깜깜하던 밤바다와 짙은 해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영상으로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백령섬에서 새벽별 100×40 acrylic

인생과 삶에서는 자기도 알 수 없는 계기가 오나 봅니다. 백령도 두무진을 첫 그림으로 그리면서 백령도를 가슴으로, 그리움으로 그립니다. 어린 시절 칠흑같이 깜깜한 여름밤, 할머니 댁 너른 마당 느티나무 아래 멍석을 펴고 동네 아이들과 누워 있을 때, 밤하늘에 무수히 박혀 있던 별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북녘 월내도에 별이 95×63 acrylic
아버지의 바다 45.5×53 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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