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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토리

발 없는 말이 만 리 간다

장훈 | 시 미디어담당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 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 거리로만 보면 부산까지의 거리다. 그만큼 인천은 세계와 가깝다. 세계로 통하는 국제도시 인천의 면모를 새삼 느꼈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 도로는 휴일이면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북미정상회담 직후라 거리에는 인공기와 성조기가 아직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저마다의 취미 활동을 즐긴다. 한국 관광객이라면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이 바로 K-POP 음악일 것이다. 베트남 소년 소녀들이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맞춰 커버 댄스를 하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류가 대세긴 대세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국 방송에 나오는 프로그램들만큼 과장스럽지는 않지만, 확실히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친근감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이 가방 속에 한국어 교재를 가지고 다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들은 서툰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유창하지 않았어도, 우리의 얘기는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듯했다.

 

우리가 있던 커피숍이 유명한 곳이었는지,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한국인들도 많았다. 가끔씩 들려오는 한국어에는 비속어와 함께 베트남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 섞여 있었다. 대화를 나누던 청년들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민망함과 미안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니 베트남 청년들의 말 속에도 꽤 많은 비속어가 들어 있었다. 관광객이나 유학생들로부터 들은 말도 있을 것이고, 유튜브나 SNS를 통해 배운 말도 있을 것이다. 영어를 배우겠다고 영화 대사를 외우고, 흑인 랩 가사를 따라 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 해석해 놓고 보니 비속어와 은어가 많았다. 만약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외국인과의 대화에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유치원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그 속에 욕설과 비속어가 들어가 있는 상상하기 싫은 모습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는 품위 있는 관광객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한국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나라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과 글이 그들에게는 한국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한국 관광객이 곧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브랜드이다. 두 번째는 미디어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이다. 개인 방송이 늘어나고, 세계화되는 추세이다. 그 속에서 퍼지는 말과 글은 곧 대한민국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된다. 세계인이 처음 접하게 되는 한글이 욕설이나 국적 없는 비어라고 한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고민하고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한다. 이제는 발 없는 말과 글, 영상이 만 리를 넘게 간다. 우리의 좋은 글과 말이 세계 속으로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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