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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 ⑧ 월미도 원 테이블 식당 ‘디 모니카’

‘달꼬리섬 댁’의
주방으로 초대합니다

공간은 곧 사람을 의미한다. 숨 쉬고 머무는 자리마다 살아온 시간과 삶을 대하는 태도, 생각이 스며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아주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인천을 본다. 이번 호에는 월미도 주택가에 있는 이탈리아 가정식 원 테이블 식당 ‘디 모니카’를 찾았다. 그 집 음식에는 맛 그 이상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정경숙 본지 편집장 |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여름 한낮, 지인들을 위해 차린 ‘인천과 로마를 연결한다’는 콘셉트의 식탁.
“선생님 음식 덕에 월미도를 자주 찾게 돼서 좋아요.”
그들에게 월미도는 젊은 시절의 낭만과 추억이 깃든 장소다.

월미도 주택가,
이탈리아 식당

‘달 꼬리섬’ 월미도(月尾島), 이름만 들어도 정겹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인천 하면 이 동네를 먼저 떠올린다. 조그마한 놀이동산이 딸려 있는 소박한 바닷가 마을. 한때 소풍을 갔다 하면 월미도, 놀이기구를 탔다 하면 ‘디스코팡팡’이던 시절이 있었다.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는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간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 중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주택가. 이탈리아 가정식 원 테이블 식당 ‘디 모니카’를 만난 건 다소 뜻밖이었다. 중국 요릿집으로 쓰이다 오랜 세월 빈집으로 방치된 건물이었다. “집은 가꾸기 나름이라더니,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 식당이 들어서면서 후미진 골목에 활기가 돌자 동네 어르신들도 반가워했다.
디 모니카의 고영심 대표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어서 5년 전 이 일대를 둘러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시선을 던진 골목 사이에서 이 공간을 발견했다. 순간, ‘여기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첫눈에 반했어요. 집 상태는 엉망인데 공간이 매력적이었지요. 특히 집 앞에 있는 작은 마당에 마음이 끌렸어요.” 지금 그 집 앞뜰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요한 슈트라우스’라는 이름의 장미가 곱게 피어 있다.

사생활의 영역 안에 있는 ‘디 모니카’.
“내가 사는 게 편해야 다른 사람도 기분 좋게 머물 수 있어요.”
공간에 사랑을 주니, 사람들이 와서 마음을 열었다.

로마와 인천
사이

“제 삶의 3분의 1은 로마, 3분의 2는 인천에서 지냈어요.” 1983년에 인천을 떠나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로마의 교황청립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한국으로 와 결혼하고, 큰아이가 중학생이 됐을 때 함께 이탈리아로 갔다. 10년 전 다시 인천으로 왔지만, 지금도 1년에 서너 번은 로마를 찾는다.
“저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셰프는 아니에요.”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던 요리를 만들어 이웃을 초대해 나눠 먹었다. 음식 솜씨가 좋다고 소문나면서 손맛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주방에 쿠킹 클래스를 열었다. 그렇게 살림집 한편에 세례명에서 이름을 딴 이탈리아 가정식 음식점 ‘디 모니카’를 열기에 이르렀다.
음식뿐 아니라 공간도 ‘가정식’ 그대로다. 로마 거실에서 쓰던 식탁과 액자, 접시를 바다 건너 고스란히 옮겨 왔다. 이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붓하게 정을 나누고 마음까지 든든히 채웠다. 큰아이의 결혼식 때는 피로연을 베풀었다. 눈길이 닿고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추억이 깃들어 있다.
고른 한낮, 식당을 찾은 지인들을 위해 음식을 차리느라 주인장의 손길이 분주하다. 메뉴는 연안부두에서 산 홍합을 넣은 나폴리식 여름 보양식 파스타. 그리고 부평 십정동에 있는 축산물도매시장에서 구입한 한우 안심으로 만든 스테이크. 지역에서 난 좋은 식재료로 정성스레 빚은 음식이 오감을 사로잡는다. 가볍고 정갈하고, 자연 그대로 깊은 맛을 낸다. 그가 “우리 음식을 먹으면 입이 즐겁고, 몸과 마음까지 편안해진다는 손님이 많다”라며, 그 맛에 산다고 활짝 웃었다.

주방 옆, 인문학 서적이 빼곡히 채워진 서재.
책 한 권 한 권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다.(왼쪽)
고 대표가 식탁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식탁은 진리’다.
손님들에게 “이 사람이 만든 음식은 내 몸에 좋다”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오른쪽)

산, 바다,
그 안의 삶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 ‘나도 섬 댁이야. 달꼬리섬 댁’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달꼬리섬, 이름도 얼마나 어여쁜가. 그는 언젠가 비행기 안에서 월미도를 내려다보았을 때,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섬 전체를 둘러싼 숲이 금방이라도 온 세상에 푸른 물을 퍼트릴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그 바닷가에 기대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탈리아 섬사람들은 자부심이 넘쳐요. 산과 바다 모두 품고 있으니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요. 월미도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산과 바다를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곧 월미바다열차가 달린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돼요.”
4년 전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을 때, 공간엔 반했지만 번잡스러운 동네엔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어릴 때 수영하며 놀던 한적한 바닷가가 떠올라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때 마을 주민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다. 마음이 오가는 사이 동네에도 정이 들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좋아해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내 충만하게 산 사람이에요. 훌륭한 화가이자 건축가이기 이전에 재능 있는 요리사이기도 했지요. 저 역시 이 아름다운 곳에서 내 안의 열정을 발산하며 이웃들과 즐겁게 살고 싶어요.”

 

월미도, 누구나 한 번쯤 추억하는 동네. 한때 놀 줄 아는 청춘들이 모여들던 이곳엔 여전히 낭만이 물결친다. 생에 가장 빛나던 시절의 추억과 일상 한가운데를, 곧 월미바다열차가 달린다. 그 길, 잠시 달꼬리섬 댁의 주방에 들러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우고 가도 좋겠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취향, 사연이 빼곡히 적힌 메모장.(위)
주방 한편에 있는 딸의 어릴 적 사진.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니?” 하고 인사를 나눈다.(아래)
나폴리식 여름 보양식 파스타.
졸깃한 생면 파스타에 콩을 곁들여 맛이 깊고 담백하다.
디 모니카
di monica
이탈리안 가정식 풀코스를 기본으로, 예약제로 운영한다.
중구 반달로5번길 18 Ⓣ 032-773-9723
디 모니카
di monica
이탈리안 가정식 풀코스를 기본으로, 예약제로 운영한다.
중구 반달로5번길 18 Ⓣ 032-773-9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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