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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 – ⑫ 빈집은행, 청년들

욕심으로 ‘빈 집’,
열정으로 채우다

공간은 곧 사람을 의미한다. 숨 쉬고 머무는 자리마다 살아온 시간과 삶을 대하는 태도, 생각이 스며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들어가,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인천을 본다.
이번 호에는 원도심 빈집에 새 숨을 불어넣는 최환 ‘빈집은행’ 대표를 만났다.

 

정경숙 본지 편집장 |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집수리 시범용 빈집이 있는 빌라 앞에서, 최환 빈집은행 대표
빈집은행에서 집수리 시범용으로 쓰는
미추홀구의 빈집.
난 집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누군가는 쓰지 않고 버려두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집주인들을 수소문했다.
‘버린 것을 고쳐서 쓰다 돌려주겠다’고 결심했다.

미추홀구 용현동, 좁다란 골목 사이로 작은 집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을 지척에 두고 마치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듯하다.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주민들 사이에 마을이 헐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집에 더 이상 돈을 들이지 않았다. 비가 새면 새는 대로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뒀다.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집만 덩그러니 남았다. 동네가 순식간에 늙어갔다.
“난 집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누군가는 쓰지 않고 버려두었습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집주인들을 수소문했습니다.” 최환(34) ‘빈집은행’ 대표는 폐현수막으로 구두와 옷을 만들던 업사이클(Upcycle) 디자이너였다. 지금은 버려진 집을 매만지며 새 숨을 불어넣고 있다. 어느 동네, 어느 집이든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는 떠나게 마련이다. 그 빈자리가 시간의 연속성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낡고 오래된 동네 사이사이에 자리한 빈집. 철근과 콘크리트가 황량하게 드러난 공간 안팎으로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나뒹군다.
“빈집이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놓고 아이 키우며 살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졌지요. 더구나 빈집은 대부분 인천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발 시세 차익을 노린 외지인들이 집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버려둔 것이다. 그렇게 온기 잃은 집들이 하나둘 흉물로 전락해 갔다. 빈집으로 주민이 피해를 보지 않고, 살던 집에서 잘살 수 있기를 바랐다. ‘버린 것을 고쳐서 쓰다 돌려주겠다’고 결심했다.

시제품을 개발하는 ‘메이커스 스페이스’에서
내일을 그리는 청년들.
빈집의 활용방안 중 하나인,
스마트 버섯 농장.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모여 사는 동네에 젊은 활기가 돈다. 지난 5월 27일, 용현 1·4동 주민센터 옛 건물에 ‘빈집은행’이 문을 열었다.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에 미추홀구가 선정됨에 따라 옛 집들의 새단장에 나설 수 있었다. 청년들은 스스로 건축 관련 자격증을 따내고 공구를 손에 쥐었다. ‘탕탕탕’ 마을 곳곳에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지고, 죽어 있던 집이 하나둘 새 숨을 텄다. 빛바랜 동네가 제 빛을 찾고 윤기를 더해갔다.
정상섭(31) 씨는 빈집은행에서 건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대를 나온 그는 한때 빈집을 화폭에 담았다. ‘나는 왜 집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사라져가는 도시 공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림으로 답을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자. 붓을 내려놓는 대신 공구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 시간이 벌써 3년, 모르는 공정은 배워가며 300채 넘게 집을 고쳐왔다. 주민들이 ‘집을 잘 가꿔줘서 고맙다’며 두 손을 감싸면 그 따스함이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청년들이 수리한 빈집은 그들이 일하거나, 먹고사는 공간으로 쓰인다. 벌써 4채를 고쳐서 빌려 쓰다 돌려주었다. 사람들이 머물기 꺼리는 오래된 반지하 집에선 버섯을 키운다. 빈집은행이 크고 작게 관여하는 원도심의 버섯 농장은 16곳에 이른다. 빈집은행 한편에 버섯 요리를 선보이고 함께 즐기는 공유 주방도 마련했다.

빈집은행은 청년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1층엔 시제품을 개발하는 ‘메이커스 스페이스’가, 2층엔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며 미래를 그리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지하엔 10개 청년 기업이 모여 서로에게 힘을 북돋우며 성장하고 있다.
빈집은행의 이기영(29) 메이커 매니저는 올해 용현동 사람이 됐다. 집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데 마을 주민이 스스럼없이 들어와 감을 따곤 한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사람 사는 동네’의 훈훈한 정을 느꼈다. 그는 도시가 잘 나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도 하나의 생명체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늙고 쇠해지지요. 도시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각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빈집을 고치는 거였다. 되살아난 집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됐다.
최 대표는 청년이 인천에 머물러야 도시가 산다고 말한다. “인천 청년들이 일거리와 살 곳을 찾아 외지로 떠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성장해야 도시 경쟁력이 쌓여 ‘굿모닝 인천’이 되지 않겠어요. 인천에서 ‘굿모닝에서 굿나이트까지’ 쭉 가는 거죠. 그의 얼굴에 ‘최고의 환한 미소’가 번진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동네 낡은 집에 머물지만, 청년들의 꿈은 신도시처럼 거대하고 번쩍번쩍 빛난다. 어디서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젊은 그들에게서 배운다.

전국 최초
빈집 활용 마을 재생

우리 시가 2년간 실시한 빈집 실태 조사를 마치고, 빈집을 활용한 마을 재생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시가 2017년 1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빈집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인천에는 현재 빈집 3,976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은 미추홀구로 857호에 이르고, 중구 672호, 부평구 661호, 동구 569호, 서구 426호 등이 뒤를 이었다. 시는 ‘빈집 정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 안으로 자치구별 정비 계획을 세우고, 2024년까지 164억5,000만원을 들여 인천 전역의 빈집 정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문의 시 주거재생과 Ⓣ 032-440-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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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가 2년간 실시한 빈집 실태 조사를 마치고, 빈집을 활용한 마을 재생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시가 2017년 1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빈집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인천에는 현재 빈집 3,976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은 미추홀구로 857호에 이르고, 중구 672호, 부평구 661호, 동구 569호, 서구 426호 등이 뒤를 이었다. 시는 ‘빈집 정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 안으로 자치구별 정비 계획을 세우고, 2024년까지 164억5,000만원을 들여 인천 전역의 빈집 정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문의 시 주거재생과 Ⓣ 032-440-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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