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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시민을 사랑하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우리 시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소박하지만 핵심이 담긴 메시지다. 시민 참여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일곱 번째는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다.

윤혜영 인천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 연구위원 │ 사진 셔터스톡

스페인 제2의 도시이자 카탈루냐주의 주도(州都) │ 면적 101.3km² │ 인구 162만343명(2018년 기준)

시민 참여와 실험적인 도시 정책

세계 그 어디보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시로 기억되는 곳은 스페인 제2의 도시이자 카탈루냐주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다. 면적은 인천의 10분의 1 규모인 약 101km²지만, 인구는 인천의 절반인 약 162만 명이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와 축구 클럽 FC 바르셀로나로 우리에게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으로 통합되기 전 아라곤 연합 왕국의 중심 도시로, 유럽 예술 문화의 오랜 상징이면서 이념과 저항으로 대변되는 시민운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1800년대 인구의 대거 유입에 대한 대책으로 조성된 격자형의 신시가지(Cerda Grid)는 현재까지도 그 구조를 엄격히 지키고 있고,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 도시와 지중해의 접점에 있는 바르셀로나 항구로 향하면 바다와 하늘, 크루즈와 요트가 어우러진 풍경과 함께 휴게 공간을 갖춘 나무 보행로가 나타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 도시를 만들고 유지한 것은 적극적인 시민 사회의 참여와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도시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Familia)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전경.

새로운 도시를 탄생시킨 도시 재생 전략

바르셀로나는 대표적인 창조적인 재생 도시의 하나로 불린다. 그 배경에는 도시 근간 산업이었던 제조업의 쇠퇴, 이와 맞물려 추진한 도시 재생 전략이 있다.
1970년대 제조업의 쇠퇴는 도심부 구시가지에 위치한 제조 공장 단지의 기능 약화를 불러왔고, 지역이 쇠퇴하면서 이민자가 밀집하고 치안 등 정주 여건이 나빠져 우범화되어 갔다. 1985년 라발 지구를 대상으로 한 시가지 재생 특별 계획, 2000년 포블레노우를 대상으로 한 22@바르셀로나 지구 계획은 바르셀로나의 창조적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공통점은 주거, 문화, 사회, 경제 등 종합적 재생을 목적으로 공공의 공간을 확충하고 지식 집약적 산업을 유치한 점, 문화 시설을 포함해 학교, 병원 등 사회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추진 과정에 지역 주체의 참여를 모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공성을 가진 도심부 재생을 통해 만들어진 지역들은 지금도 문화 예술, 교육, 지식 산업이 융합되어 창조성을 전파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 편의와 만족에 중점을 둔 도시 정책

현재 바르셀로나는 도보나 자전거 등의 교통 점유율이 가장 높다.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점유율도 약 20%를 차지한다. 도시 전역을 연결하는 308km의 자전거 도로가 있고, 약 400개소의 공공 자전거 스테이션에서 6,000여 대의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연회비 50유로를 내면 회원이 될 수 있고, 30분 이하의 사용은 무료다. 2018년도 공공 자전거 대여 횟수는 1,200만 건을 넘어섰다. 물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간별 무제한 교통 이용권과 정액권 체계도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바르셀로나는 2016년 새로운 도시 관리 수단으로 ‘슈퍼블록(Superblocks)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격자를 이루는 113.3m×113.3m 크기의 건축물 블록(Manzana)과 블록 사이의 직선이 도로로 활용되던 구조를 변화시킨 것으로, 블록 9개를 정사각형 형태로 묶어 가로세로 400m의 슈퍼블록이라 명명하고 블록 내에 주민 차량이나 공공 차량 외의 자동차, 오토바이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차량이 다니지 않게 된 공간은 녹지와 공공 공간으로 활용된다. 바르셀로나는 슈퍼블록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400ac(에이커), 약 160만㎡의 새로운 녹지 공간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르셀로나는 도보와 자전거 등의 교통 점유율이 높다.
또한 효율성 높은 태양열 에너지를 시민에게 제공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본 소득 사회 실험을 통한 새로운 도전

2016년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혁신적 시도를 추진했다. ‘B-MINCOME’은 저소득층 1,000세대를 무작위로 선정해 최저 소득(Minimum Income)을 지급하는 시민 사회 실험이다.
21세기 들어 바르셀로나는 산업 도시에서 관광 도시로 각광받게 되며 주거비와 물가 상승, 교통량 증가 등으로 실제 시민 삶의 질은 낮아졌고, 2008년 금융 위기와 맞물려 소득 불균형은 심화됐다. 이를 타개하고자 한 것은 시민 사회로, 체제 변화를 위한 시민운동(Indignados)으로 출발해 시민 주도형 정당으로 발전했으며, 2015년에는 바르셀로나 시장을 배출했다. B-MINCOME은 사회·정치적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실험적 정책으로,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곤궁한 곳으로 알려진 베소스(Besos) 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베소스 지역에 살고 있는 약 11만4,000명의 주민들은 바르셀로나 근로자 평균 소득의 약 40~50%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고, 바르셀로나 평균인 8.6%보다 높은 12.3%의 실업률을 보이며, 매주 약 7만5,000명이 푸드 뱅크를 이용하고 있다. 시는 2018년부터 B-MINCOME 참여 세대의 기존 소득과 가구 구성을 고려한 기초 생계비와 최소 주거비를 지급하고 있다. 실험은 단순히 소득을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참여 세대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직업 훈련이나 공공 일자리·취업 프로그램 참여,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의 기업화와 주거 개선, 공동체 참여 등의 조건을 부여하고 정책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공하는 기본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 점도 도시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도시는 없다. 그러나 이를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하고 직접 해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인 의식이 도시에 애정을 갖게 하는 가장 위력적인 동기가 되지 않을까. 인천은 역사가 긴 도시이고, 그만큼 이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도 많다. 우리의 시정 비전을 풀이해 본다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천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여러 과제를 시민과 함께 논의해 가는 인천,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문제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인천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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