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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공간 공간을 위한 노력

호주 멜버른

우리 시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소박하지만 핵심이 담긴 메시지다. 시민 참여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여덟 번째는 호주 멜버른(Melbourne)이다.

조상운 인천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 선임연구위원 │ 사진 셔터스톡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큰 도시로, 빅토리아주의 주도(州都) │ 면적 약 9,990km² │ 인구 약 495만 명((2018년 기준)

도시 외곽 확산과 다운타운의 쇠퇴

영국 빅토리아 왕조 시대, 골드 러시를 계기로 호황기를 누린 멜버른은 역사적 건물과 공원,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다문화 도시다. 1927년 캔버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호주의 수도는 멜버른이었다. 1970년대까지 멜버른은 인구 증가에 따른 교외 개발이 급속도로 추진되어 1970년대 말 무렵에는 다운타운이 노후화되고 전통산업이 쇠퇴하면서 활기 없는 도시라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했다. 이에 멜버른은 1985년 도시 재생 전략을 수립, 다운타운에 대한 개발 촉진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 계획 규제를 완화해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유방임적 개발을 촉진했다. 그러나 투기적 고층 오피스 개발이 이루어져 기대와는 달리 중·소규모 오피스의 공실이 오히려 많아지고, 정주 인구가 감소하는 등 지역 침체는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1990년대에 들어서는 다운타운의 침체와 함께 외곽 지역 또한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문제를 떠안게 됐다.

멜버른 도심 풍경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촬영지
호시어 레인(Hosier Lane) 거리
멜버른 도심의 트램(Tram). 멜버른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전차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사람을 위한 공간 활용에 집중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멜버른은 다운타운 재생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 결과 ‘걸으면 즐거운 지역, 공공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으로의 변화를 위한 공공 공간(Public Space) 종합 개선 전략을 채택했다. 1993년 덴마크의 도시 설계가인 얀 겔(Jan Gehl)을 초빙해 새로운 도시 재생 전략을 모색했다. 얀 겔은 보행자 중심의 도시 공간 조성과 공공 공간을 사람을 위해 적극 활용하자는 계획을 제안했고 멜버른은 이를 수용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행자 중심 가로축 개선, 가로 시설물 품질 개선, 보행축을 따라 도시 광장 확충, 상점 전면의 교류 공간 개선, 비어 있는 오피스의 용도 전환 및 상층부 증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다. 특별한 전략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오롯이 공공 공간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10년의 성과를 집대성해 미래를 제시

이후 멜버른은 10년간의 도시 전략 성과를 집대성해 ‘Places for People 2004’라는 새로운 도시 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을 토대로 2002년 다운타운 및 야라강을 단절시키고 있던 철도 부지 상부에 인공 지반을 올려 수변과의 공간적 연계를 이룬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이 다운타운 중심 광장으로 정비됐고, 커네리 워프(Canary Wharf) 및 사우스 워프(South Wharf)에 수변 공간이 완성됐다. 이외에도 보도 확충, 가로수 정비, 주택 공급 등이 적극 추진됐다. 다운타운의 공공 공간 개선을 통한 성과로, 멜버른의 인구는 1993년 1,008명에서 2002년 9,375명으로, 오픈 카페는 95개에서 356개로 각각 대거 증가하게 된다. 또한 다운타운에 역 및 수변 공간이 일체화된 광장, 산책로, 공원이 4.2ha에서 7.2ha로, 주택은 736호에서 9,721호로 늘어났다. 이처럼 시 정부의 공공 공간 개선에 따라, 지금도 멜버른의 다운타운은 살고 싶은 도시(Livable City)로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 멜버른은 강과 해안 주변 지역과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 공공 공간의 확충 및 개선을 강화하는 한편, 단순히 걸으면서 즐기는 도심 공간이 아닌, 일자리와 환경 등 지속 가능한 다운타운 공간의 새로운 재생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

단절됐던 야라강(Yarra River)과 다운타운의
공간적 연계를 이룬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
야라강(Yarra River) 풍경
킹스 도메인(Kings Domain) 공원의 분수대 앞 아이들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
웨브 브리지(Webb Bridge)

도시 공간은 단지 물리적 장소만 조성하는 것이 아닌, 공공 공간에 걷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 역시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인천에서 자동차로 둘러싸인 도심, 간판과 같은 시설물이 점유한 보행 환경 등을 사람 중심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청 앞 광장 역시 시민을 위한 공간인 ‘인천愛뜰’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 또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도시의 도심 공간은 사람이 모이는 활력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성공적인 도심 재생을 꾀하고 있는 인천 역시 멜버른의 사례를 통해 공공 공간 활용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확실히 설정하고, 이를 위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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