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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런더너보다 맨큐니언

잉글랜드 맨체스터

우리 시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소박하지만 핵심이 담긴 메시지다. 시민 참여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아홉 번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Manchester)다.

윤석진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 │ 사진 셔터스톡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에 자리한 도시 │ 면적 약 115.60km² │ 인구 약 50만 명((2011년 기준)

새로운 기회가 만든 다양성의 도시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맨체스터는 런던, 버밍엄과 더불어 영국의 3대 도시 중 하나이며 세계 최초의 산업 도시다. 국내에서는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축구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의 산업 도시는 전 세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를 탄생시켰다.
맨체스터대학교의 언어학자 야론 마트라스(Yaron Matras) 교수에 따르면, 맨체스터주(Great Manchester)에서만 약 200개가 넘는 언어가 구사되고 있을 것이라 한다. 이는 그만큼 다양한 민족이 맨체스터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에는 독일, 그리스, 아르메니아 출신 이민자들이 맨체스터의 비즈니스 엘리트 그룹을 형성했고, 아일랜드와 동유럽 이민자들은 도시 노동자가 됐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영연방 국가(Commonwealth of Nations), 아프리카, 아시아 이민자들의 유입이 이뤄졌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모여든 다양한 민족들이 맨체스터에서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매년 6월, 맨체스터 시티 카운슬(Manchester City Council)이 조직하고 맨체스터주에 거주하는 다양한 공동체(마을, 학교, 민족, 시민 단체 등)가 참여하는 ‘맨체스터의 날(Manchester Day)’은 이 도시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행사다. 모스 사이드(Moss Side)의 소말리아 커뮤니티, 치덤 힐 로드(Cheetham Hill Road)의 맨체스터 유대인 박물관(Manchester Jewish Museum), 어퍼 브룩스 스트리트(Upper Brooks Street)의 아르메니아 교회(Armenian Church), 포틀랜드 스트리트(Portland Street) 주변의 차이나타운, 윔슬로 로드(Wilmslow Road) 초입의 커리 마일(Curry Mile) 등은 맨체스터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함을 보여주는 맨체스터의 대표적인 공간들이다. 영국 최고의 커리와 팔라펠은 커리 마일에서만 맛볼 수 있으니 관광객들에게는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인디 문화의 성지

산업혁명, 축구와 더불어 맨체스터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는 ‘대중음악’이다. 맨체스터는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전성기를 이끈 오아시스(Oasis) 외에도 비지스(Bee Gees), 허먼스 허미츠(Herman’s Hermits), 더 스미스(The Smiths) 등 1960년대부터 많은 그룹이 탄생하고 활동했던 도시다. 오늘날에도 맨체스터는 영국 록 음악과 인디 음악의 중심으로서 Manchester Arena, Manchester Apollo, Manchester Central 그리고 Manchester Academy 등 대규모 공연장과 크고 작은 클럽이 즐비해 1년 내내 런던보다 저렴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피카딜리역에서부터 빅토리아역을 연결하는 노던 쿼터(Northern Quarter) 지역은 맨체스터에서도 인디 보헤미안 거리 문화의 중심지라 볼 수 있다. 과거 방적 공장과 물류 창고로 쓰였을 벽돌 건물 위에 알록달록하게 그려진 벽화는 노던 쿼터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엿보게 한다. 도시의 가장 ‘힙’한 식당, 카페, 펍, 클럽뿐만 아니라 독특한 독립 서점, 갤러리와 빈티지 숍이 모여 있어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쇼핑 성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회사들이 이 지역에 둥지를 틀면서 맨체스터는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맨체스터 출신 록 밴드 오아시스(Oasis)
명문 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

포용과 연대, 맨큐니언 자부심과 정체성

맨체스터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 일등공신은 맨큐니언(Mancunian)들이다. 맨큐니언은 맨체스터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맨큐니언들에겐 맨체스터가 런던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살기 좋은 곳’이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지만, 맨큐니언의 자부심의 중심에는 맨체스터가 영국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시민 의식이 한몫한다. 스피닝필드(Spinningfield)에 위치한 People’s History Museum에는 노동 계급을 탄생시킨 1819년 피털루 대학살(Peterloo Massacre)을 시작으로 노동조합 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성적 소수자 인권 운동 등 영국 민주주의 발전을 이끈 맨큐니언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2017년 Manchester Arena 폭탄 테러 사건은 맨큐니언의 연대 의식이 빛난 가장 최근의 사건이었다. 자살 폭탄 테러로 22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던 사건에 도시 모두가 슬퍼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보냈다. 테러가 일어나자마자 거리의 노숙자는 주저 없이 부상자를 도왔고, 시민들은 무료로 집을 개방하거나 귀갓길 사람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맨체스터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고 다지는 계기가 됐다. 폭탄 테러 1주년 행사에서 낭독된 토니 월시(Tony Walsh)의 시 ‘This is the Place’에서는 맨큐니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피카딜리역에서부터 빅토리아역을 연결하는
노던 쿼터(Northern Quarter) 지역은
맨체스터 인디 보헤미안 거리 문화의 중심지다.
2017년 발생했던 폭탄 테러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렬

다양한 지역과 출신의 이민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모여든 산업 도시 맨체스터. 맨체스터에 모여든 이들은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독특한 문화를 공유했고, 포용과 연대의 역사를 함께하면서 맨체스터의 시민이 됐다. 지구 반대편을 돌면 수많은 이주민과 산업의 도시 인천이 있다. 우리 인천 또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원동력은 시민들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부심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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