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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시장 / 인천장애인체육회

장애 떨치고 눈밭 위를 날아오르다

인천광역시장애인체육회 국가대표 김윤호 선수

글·사진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

장애 떨치고 눈밭 위를 날아오르다

“장애인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달갑지 않습니다. 저희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뭐든지 잘할 수 있거든요. 장애인은 조금 다를 뿐,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시장 – 김윤호

정신을 차렸을 땐 윗몸은 도로에, 하체는 벽에 붙어 있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왼쪽 발가락 다섯 개가 너덜거렸다. 택시 앞에 누워 헛도는 오토바이 바퀴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아니었다면 꿈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발가락 접합 수술은 실패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살이 썩어갔다. 발등, 발목을 타고 점점 위로 올라오던 염증이 겨우 멈춘 것은 다섯 차례의 절단 수술을 받고 난 이후였다. 다리 하나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사람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스무 살 청년은 절망했다. 오토바이를 타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타는 게 아니었는데.

 

인천광역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스노보드 크로스’ 국가대표 김윤호(38) 선수. 18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이 질끈 감긴다. 축구와 농구를 좋아하던 키 178cm의 스무 살 청년 윤호가 장애인이 된 것은 2001년 여름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다리를 절단한 뒤 윤호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떨어져 나간 왼쪽 다리가 청년 김윤호의 꿈과 희망, 의지까지 모조리 갖고 떠나간 것만 같았다. 세상이 싫었고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렇게 깊은 동굴 같은 방에 웅크리고 지내던 어느 날, 윤호가 슬그머니 커튼을 젖혔다. 햇살이 들어왔다. 눈이 부셨다.
“이러다 정말 폐인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저만 바라보고 사시는 엄마와 외할머니에게도 죄송했구요.” 본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윤호는 1년여 만에 마음을 다잡고 복학을 결심한다. 쉬운 건 아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지옥 길을 오가는 것만큼 힘겨웠고 의족을 댄 부분은 피고름이 고이기 일쑤였다. 쓰러지고 넘어지며 이를 악물고 장애의 몸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우연히 찾은 스키장에서 윤호는 새로운 미래를 발견한다. “의족을 낀 채 스노보드를 탔는데 너무 재밌는 겁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스키장으로 향했지요.”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취미는 점점 더 그를 프로선수로 만들어갔다.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 아이스슬레이지하키 동호회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막상 거기에 가보니 전 장애 축에도 속하지 않는 겁니다.”

 

척추 장애, 뇌병변, 양다리 절단 등 운동을 하며 만난 장애인 선수들은 더하면 더했지 자신보다 덜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늘에 감사해야 했다. 꾸준히 몸을 다진 윤호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메달을 따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해엔 국가대표선수로 ‘평창’의 눈밭 위를 훨훨 날아올랐다. 운동에 전념하면서 안정적인 직장도 얻었다. 2010년 인천시설공단 시험에 합격한 그는 현재 삼산월드체육관 조경 담당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체육관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 인천 시민들이 언제나 최고의 스포츠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아내 서민정 씨를 만난 건 엄청난 복이자 믿기 어려운 행운이었다.

 

“20대 후반 신학교를 다녔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아내를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소원을 이룬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들 연성(8)이와 딸 다솔(5)이는 험한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자 행복 그 자체이다. 인천 토박이로, 인천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만 장애인을 ‘틀리게’ 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장애인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달갑지 않습니다. 저희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뭐든지 잘할 수 있거든요. 장애인은 조금 다를 뿐,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족을 찼음에도 바지를 걷어 보여주기 전엔 장애를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김 씨의 걸음걸이는 자연스러웠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김 씨의 탄탄한 다리와 넓은 등에서 싱싱한 풀나무 같은 봄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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