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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좀, 봅시다

인천 ‘모던 보이’
악사(樂士) 이승묵

사진 김보섭 | 글 유동현

지난해 봄 그를 처음 만났다. 두꺼운 뿔테 안경, 하이칼라 머리, 말쑥한 정장. 솔직히 수학 선생님이나 과학자인줄 알았다. 그가 ‘인천콘서트챔버 대표’ 명함을 내밀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악사입니다. 선생님이 쓰신 책을 참조해서 음악회를 열고 싶습니다.” 그는 필자의 졸저 ‘시대의 길목 개항장’을 들고 있었다. 2017년 6월 10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원더풀 동인천Ⅱ-개항기 시대 음악의 향연’ 연주회가 열렸다. 책에 담긴 개항장의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 속에 숨은 음악들을 찾아내 선보였다. 대한제국 국가, 러시아 바랴크함 환송가, 인하대 교가, 대한혼가(大韓魂歌) 등을 연주했다. 다소 낯선 음률이었지만 한 시간 내내 개항기 인천으로 자연스럽게 타임슬립되었다. 인천 악사(그는 자신을 늘 이렇게 표현한다) 이승묵 씨는 1985년 간석동에서 태어나 인천부국, 구월중, 동인천고를 거쳤다. “악기 하나 배워두면 멋진 중학생이 될 것”이란 엄마의 말씀에 순종한 덕분에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드럼을 배웠고 밴드를 결성하는 등 ‘멋진’ 중학생이 되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클래식 음악에 전념한다. 팀파니, 스네어 드럼 등을 전공하며 바로크 시대 음악에 푹 빠진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민간 오케스트라의 타악기·팀파니 연주자로 활동한다. 타악기 스틱 하나 챙겨 들고 자동차 계기판이 50만 킬로미터를 넘을 만큼 전국 곳곳 공연장을 누볐다. 어느 날 무대 맨 뒤에 서서 연주하던 중 불현듯 자신이 서 있는 곳과 객석이 너무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아닌데, 관객과 진짜로 가까워질 순 없을까.’ 그는 전문화된 음악적 소양에 갈증을 느꼈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지휘자 실바로 코르시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다. 그는 2015년 10월 인천콘서트챔버를 창단한다. “의외로 우리에겐 근대음악이 흔치 않더라고요. 인천이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씨앗이 발아된 곳이라는 것에 눈길이 갔죠.” 자신이 좋아하는 바로크 음악과 고향 인천의 이야기를 버무려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궁정 음악을 일곱 명의 고려 왕비 친정이었던 원인재(源仁齋) 마당에서 연주했다. 이렇듯 그의 무대는 연주곡목만큼이나 독특했다. 옛 얼음창고(카페 빙고), 숭의동 (구)낙원여인숙, 일제강점기 하역회사 사무소(카페 팟알), 송도트라이볼, 해안성당 옛 교육관(모노그램커피숍) 등을 작은 무대로 꾸몄다. 시간의 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에 아름다운 선율을 채워넣었다. 작은 공간 덕분에 그 선율은 바로 청중의 숨결과 하나가 되었다. 그를 보면서 늘 ‘슈트발’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댓 번 만났는데 항상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였다. 무대에서도 언제나 정장 차림이었다. 어느 남성 패션 잡지에서 이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악사 이승묵을 패션모델로 세웠다. 자신이 평소에 즐겨 입는 아메리칸 클래식 브랜드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폼이 났는지’ 아예 뉴욕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열린 회사 창립 200주년 기념 콘서트에 초대받기도 했다. 연주 일정으로 태평양을 건너지 못했지만 음악가가 아닌 모델로 초청장을 받은 것이다. 의도치 않은 ‘외도’가 만만치 않다. 그는 이것조차도 자신의 무대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8월 12일 오후 5시 송도트라이볼에서 ‘인천근대양악열전’을 연주한다. 그는 인천의 근대 양악(洋樂)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그 미국 남성복 회사로부터 1900년대풍의 소품을 협찬받는다. 송도국제도시에 ‘모던 보이’ 악사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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