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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 인천도시역사관 기획특별전

전시장에 문을 연
노포 老鋪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는 어딜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조사, 그리고 2년에 걸친 조사 결과를 전시장에 풀어놓는 조금은 특별한 기획이었다. 처음 기획 의도는 50년 넘게 이어온 오래된 가게의 특별한 운영 방식과 철학을 조사하고 이를 전시로 소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접한 그들의 모습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치열하게 살아온 하루하루가 쌓여 50년의 세월을 만든 것이다. 전시 방향을 수정해야 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운영 철학과 비법을 소개하기보다는 내일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하나를 걱정하는 오래된 가게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시민들이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이 모인다면 노포의 수명이 조금은 더 길게 연장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용동 초가집 칼국수의
‘2018, 오래된 가게’ 전시 모습

1968,
오래 전 가게

‘노포’의 기준이 되는 운영 기간은 개업 후 50년 이상으로 정했다. 즉, 1969년 이전에 개업한 가게를 ‘노포’로 본 것이다. 대개 30년을 한 세대로 봤을 때, 50년이라는 시간은 두 세대가 끝나가는 시기이며 그다음 세대로 가업을 이어갈 준비를 하는 기간에 해당한다. 또 1960년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되면서 산업화 사회로 진입하던 때이자, 광복 후 인천이 도시화되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노포 창업 연대의 하한이 되는 1960년대, 인천에는 어떤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런 이유에서 첫 번째 코너의 주제를 ‘1968, 오래 전 가게’로 잡았다. 1960년대 말 인천에서 성업 중이던 상점 6,779개 중 지금까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는 69곳에 불과했다. 5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6,700여 개의 가게가 문을 닫은 것인데 뜻있는 몇몇 분들이 폐업한 가게의 물건을 수집해서 보관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료를 빌려 없어진 인천의 오래 전 가게를 복원할 수 있었다.

허바허바사장 간판 및 관련 자료
평양옥 성냥갑
잡화점 조흥상회의 관련 자료

2018,
오래된 가게

두 번째 이야기 ‘2018, 오래된 가게’는 지난 2년간의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코너로 꾸몄다. 인천에서 5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오래된 가게는 모두 69곳으로 조사되었다. 조사를 거부하는 가게도 여럿 있었기에 실제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69곳의 노포 중 12곳에서 유물을 빌려주었다. 1970년대 초 개업해서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있는 가게 네 곳도 선뜻 자료를 내주었다. 이를 음식점, 의류·제화점, 문구점, 기타 업종으로 분류한 뒤, 그들의 50년 세월을 전시로 풀어냈다. 마지막에는 도심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오랜 가게의 흔적을 렌즈에 담아온 김보섭 작가의 ‘양키시장’ 사진을 걸었다. 용동 초가집 칼국수를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박현주 사장의 내레이션으로 에필로그를 대신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게를 물려받았다고 하지만, 영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박 사장의 목소리가 몇 줄 텍스트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용동 도성라사
신포동 신포주점
산곡동 회락춘
신포동 의흥덕양화점
사진 조오다 작가

주위에서는 할머니와 엄마의 손때가 묻은
초가집 칼국수를 계속 이어가기 바라지만,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국수를 밀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가게 문을 열 생각입니다.

신일상회의 돈통

인천 노포 老鋪,
사는 곳을 담다

조사 당시 사진 작업을 함께했던 조오다 작가의 사진을 모아 ‘인천 노포(老鋪), 사는 곳을 담다’라는 주제의 작은 사진전도 열었다. 조사자가 아닌 사진작가에게 노포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아울러 전시를 보며 가게의 모습에 대한 관람객의 궁금증을 현장감 있는 사진으로 풀어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조사된 노포 중 18곳을 선별했고, 사진 작업을 하며 느꼈던 노포에 대한 감성을 풍경, 손님, 방식, 마음, 고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 6개 주제로 분류했다.

“가게가 시간의 무게를 버티는 동안 손님들 추억도 쌓여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곳에 남겨진 수많은 기억들은 오래된 가게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손으로 끝낼 것이라 했고 누군가는 미래란 알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시간을 담은 가게들을 이웃으로 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에 걸친 노포 조사를 마무리했고 이를 전시로 엮어보았다. 5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긴 세월일 수도 있다. 이제 그들은 내일도 오늘과 다름없이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노력을 세상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가게, 인천 老鋪노포’전

전시 기간
2월 28일(목)까지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 날 휴관)

전시 장소
인천도시역사관 2층 기획전시실 아암홀,
다목적실 소암홀

문의
인천도시역사관 Ⓣ 032-835-6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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