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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 백령·대청·소청도 국가지질공원 인증

10억 년 시간이 빚은 절대비경
백령 | 대청 | 소청

10억 년 억겁의 세월이 빚은 절대비경. 백령·대청·소청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서해 최북단, 이념의 파도가 시퍼렇게 달려들던 바다. 뱃길도 시간도 마음의 거리도, 아득히 멀던 섬. 그 섬이 숨겨둔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고개를 든다.

 

정경숙 본지 편집장 |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소청도 분바위

“국가지질공원,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백령·대청·소청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 가장 오래됐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섬은 여기밖에 없습니다.”
지난 2017년 여름, 백령·대청·소청도 지질 명소의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는 과정에 시 환경정책과 담당 직원, 지질 전문가 등과 함께 섬에 지질 탐사를 갔다. 그때 제주도에서 온 한 지질 전문가가 이들 섬의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장담하며 이렇게 말했다. 믿음은 현실이 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백령·대청·소청도 10개 지질 명소가 국가지질공원으로 당당히 인증받았다.
환경부는 지난 6월 28일 백령도 51km2, 대청도 13km2, 소청도 3km2 등 3개 섬 67km2 지역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백령도 두무진·용틀임바위·진촌 현무암·콩돌해안·사곶해변, 대청도 농여해변과 미아해변·서풍받이·옥죽동 해안사구·검은낭, 소청도 분바위 등 10곳이다. 이로써 국가지질공원은 전국 12개로 늘어났다.
시는 여행사 하나투어와 관광 진흥 협약을 맺어, 백령·대청·소청도 국가지질공원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모을 계획이다. 또 지역 주민을 지질공원 해설사로 양성하고, 관광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그리고 2030년, 백령·대청·소청도 국가지질공원에 북한 황해도를 더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하는 것이 시의 최종 목표다. 국가지질공이란 새 이름을 단, 오래되고 아름다운 섬의 열 개 보물. 그 진기한 풍경이 지금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다.

대청도

01

옥죽동 해안사구

 

옥죽동에는 섬사람들이 언덕 아닌 사막이라 부르는 해안사구가 있다. 바닷물에 밀려온 모래가 쌓이고 쌓여 거대한 언덕을 이룬 지대다. 자연이 빚은 이 신비로운 작품은, 바람결 따라 섬에 하루하루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바닷가에 바람막이숲을 조성해 모랫길을 막으면서 언덕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화유산 보호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02

서풍받이

 

스케일이 다르다. 세계지질공원 자격이 충분하다며, 세계 곳곳의 지질 명소를 다 섭렵한 지질학 박사들이 찬사를 보낼 정도다. 해발고도 100m의 거대한 규암 덩어리가 수평의 바다에서 직각으로 솟아올랐다. 이 해안 절벽은 긴 시간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왔다. 바람이 매우 강해 바위 표면에는 어떤 식물도 뿌리내리지 못한다. 그 맞은편에는 놀랍도록 평화로운 초원 지대가 펼쳐진다. 제 살 깎아내며 지켜낸, 서풍받이의 희생이 낳은 풍요다.

03

농여해변과 미아해변

 

백령·대청도에는 유독 지층이 세로로 서거나 뒤집힌 곳이 많다. ‘농여해변’에 있는 ‘나이테바위’가 대표적이다. 섬사람들이 고목나무라 부르는 이 바위에는 지구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 있다. 땅을 일으켜 세운 대자연의 힘이 가슴에 부듯이 느껴진다.
하루 두 번, 바다가 밀려간 자리엔 모래섬 ‘풀등’이 홀연히 솟아오른다. 바로 옆 ‘미아해변’ 바위에는 10억 년 시간이 빚은 연흔(漣痕)이 선연하게 남아 있다. 바로 앞 모래사장에 파도가 밀려와 똑같은 물결무늬를 새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04

검은낭

 

대청도 선착장 바로 옆에는 답동해변이 있다. 그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해안 절벽에는 해안 산책로 몽돌소리길, 파도소리길, 바람소리길이 나 있다. 바닥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걷기 좋다. 중간중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내려다보고, 가만히 서서 바람의 감촉도 느껴보자. 해안 절벽과 갯바위가 검은색을 띠고 있어 검은낭이란 이름이 붙었다.

백령도

05

두무진(명승 제8호)

 

늙은 신이 빚은 마지막 작품. 억겁의 세월이 빚은 ‘두무진’ 기암절벽의 자태는 진저리칠 정도로 찬연하다. 두무진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면 이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선대암,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사자바위…. 한꺼번에 쏟아지는 절경에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온다. 이름처럼 용맹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모습 같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은, 10억 년 전에 쌓인 모래로 만들어진 사암이 규암으로 단단히 굳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풍화작용으로 암석이 붉게 물들고, 규암층 사이사이 진흙이 굳어져 생긴 이질암이 침식되면서 아름다운 무늬를 새겼다.

06

용틀임바위(천연기념물 제507호)

 

장촌 포구 서쪽 해안에는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을 듯한 기세의 바위가 있다. 용틀임바위다. 그 건너편 바닷가 절벽에는 습곡 지대가 있다. 10억 년 전에 쌓인 지층이 지각변동에 의해 끊기고 휘어진 후 풍화와 침식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단층 및 습곡 구조가 이렇듯 선명하게 나타나는 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07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

 

콩돌해안 바닷가에는 오색 빛깔 콩돌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쓰다듬고 간 자갈밭이 물결 따라 오묘한 빛으로 반짝인다. 무려 1만5,000년. 크고 단단한 규암이 파도와 바람에 깎여 작은 콩돌이 되기까지,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차르륵~ 차르륵 귓가에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예쁘다고 돌을 함부로 주머니에 넣어 가선 안 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몸’이니.

08

진촌 현무암(천연기념물 제393호)

 

동경 124도 53분, 북위 37도 52분. 최북단 섬 백령도에는 아픔과 희망이 공존한다. 지질 명소인 ‘감람암 포획 현무암’을 찾아간 진촌 바닷가에는 여느 해변에선 볼 수 없는 뾰족한 철 구조물들이 사열하듯 세워져 있다. 북한 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용치’다. 섬 주민들은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삶의 희망을 낚아 올린다.
현무암은 진촌리에서 동쪽으로 1.3km 떨어진 해안에 분포한다. 검은 현무암에 노란 감람암 덩어리가 파고든 모습이 이채롭다. 감람암은 맨틀(Mantle)을 구성하는 암석으로 지구 깊숙한 곳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09

사곶해변(천연기념물 제391호)

 

콩돌해안에서 방조제를 건너면, 사빈(砂濱)으로 이뤄진 사곶해변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과 함께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는, 항공기의 이착륙 기록이 있는 천연 비행장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 군사 비행장으로 사용하며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 규암 가루가 치밀하고 단단하게 쌓여 있어 자동차로 달려도 바퀴 자국조차 나지 않는다. 바다를 곁에 두고 해변 위를 달리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소청도

10

분바위와 월띠(천연기념물 제508호)

 

처음 이곳에 발 디디면 낯선 풍광에 압도당하고 만다. 마치 지구 밖 세계에 불시착한 듯하다. 소청도 동쪽 해안을 따라가면 흰색 바위가 무리 진 거대한 설산 ‘분바위’와 마주한다. 밤이면 그 모습이 하얀 띠를 두른 것 같아 ‘월띠’라고도 불린다. 이 바위는 석회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 대리암으로 변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다. 그 가까이에는 7억 년 전에 만들어진 생흔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있다. 이 암석은 지구 생성 초기 바다에 살던 남조류와 박테리아가 쌓이고 쌓여 오늘에 이른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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