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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 의식

호주 시드니

우리 시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소박하지만 핵심이 담긴 메시지다. 시민 참여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세 번째는 영국의 정치·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선정한 ‘2018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TOP 10’에 이름을 올린 호주 시드니(Sydney)다.

신아연 소설가·칼럼니스트 │ 사진 셔터스톡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도이자 최대 도시 │ 면적 1만2,367km² │ 인구 약 513만 명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간 사람은 없는 도시

관광객들 사이에는 ‘시드니(Sydney)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사 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방문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두 번, 세 번을 가도 매력적인 도시 시드니. 그렇게 몇 차례 여행으로 갔 다가 아예 눌러 살게 되었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나는 곳. 광활한 ‘섬 대륙’ 전체가 온전히 거대 관광 자본이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도인 시드니의 상주인구는 약 500만 명. 놀라운 것은 그와 맞먹 는 숫자의 해외 관광객이 시드니를 방문한다는 사실이다. 나폴리 (Napoli),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와 함께 세계 3대 미항 이라 불리는 도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로 상징되는 시드 니의 그 무엇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도시의 매력으로 작 용하는 걸까. 기억을 들추고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2000년에 출간 된 나의 호주 생활 에세이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을 펼쳤다.

 

창문을 쪼아대는 새소리에 잠이 깨고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향기에 혼 곤히 취하는 나라,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초록 잔디밭과 푸른 바다 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며, 공원 한편에는 책을 읽다 소르르 잠이 든 젊은이의 모습이, 잘 갖춰진 소품처럼 평화로운 곳, 하루 일과를 마치 고 귀가한 가장은 아내의 저녁 준비를 거들거나 정원을 손질하고, 주 말이면 가족 피크닉으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시드니의 랜드마크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The Sydney Opera House) 와 하이드 파크(Hyde Park)의 풍경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에서 바라본 시드니 스카이라인
사우스 헤드(South Head) 앞바다에 있는 혹등고래

천혜의 자연을 물려받은 청정 도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우리로서는 시드니의 맑은 공기가 전보다 더 부각될 뿐이다. 나는 10년 이상을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다. 사는 내 내 살인적 집값과 높은 물가에 시달렸지만, 나 역시도 쾌적한 기후를 비롯한 천혜의 자 연환경을 가진 청정 도시 시드니의 이미지를 흠집 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무슨 복이 이리 많아서…” 시드니를 찾는 한국 여행자들이 이구동성으 로 하는 소리다. 복불복이라더니 조상 덕에 우연히 좋은 땅덩어리를 차지했다는 부러 움 섞인 찬탄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질과 아름다움이 단순히 타고난 것으로만 유지될까? 살기 좋은 세계 10대 도시를 태생적 자연 조건을 기준으로 선정한 다면 불공평을 넘어 별 의미가 없지 않나. 호주인들은 타고난 도시의 아름다움을 유지 하고 쾌적한 환경을 지켜 나가기 위해 의지적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인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본다이(Bondi) 해변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구역에 있는 세로 정원과 도시 풍경

싱그러운 녹음과 말끔하게 정돈된 도시 경관

그중 하나로 도심의 녹지대를 들 수 있다. 도시 어느 곳이나 빌딩 과 집 등 건축물 사이사이마다 나무와 숲이 어우러져 시가 전체가 초록빛을 띤다. 도심 어디를 가나 무성한 나무숲이요 푸른 녹지 대, 드넓은 잔디 공원인 이유가 땅덩이가 워낙 넓다 보니 구태여 거기까지 집을 지을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싹 밀어버리고 대단 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거나 기업들의 거대 자본으로 초대형 건 물과 쇼핑센터 등을 마구잡이로 세워 돈을 벌자는 겁 없는 발상을 여간해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시드니 어디를 가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얼룩덜룩, 들쑥날쑥, 가로세로로 어지 러이 얽혀 있는 대문짝만 한 원색의 간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이다. 간판에 관한 한 엄격하고도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이 다. 우리가 아파트 문짝 크기의 상호를 건다면 호주는 겨우 A4 용 지 한 장 크기의 널빤지를 내다 거는 수준이다. 길에 세우는 입간 판 허용도 매우 까다로워 몇몇 경우에만 가능하며, 우리 식의 풍 선 광고는 꿈조차 꿀 수 없다. 또한 거리 곳곳이나 진입로에 진을 치고 있는 장사치들, 상점 앞에 산더미처럼 진열된 물건 등 ‘전 국 토의 시장화’를 방불케 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으로 도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아름다운 서해와 168개의 섬을 품은 인천 역시 시드니와 같이 천 혜의 자연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이를 제대로 누리고 도시의 경 쟁력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인천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인천시 또한 섬 관광 활성화 사업과 그린 에코 시티 조성 사업, 도시 경관 개선 사업 등을 실효성 있게 추진 해 도시를 품위 있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면, 시드니 못지않은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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