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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토리

PPT 프리 시대가 주는 시사점

장훈 시 소통기획담당관

10년도 넘은 일이다. 대통령 비서실 근무를 마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 어느 홍보 기획사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해 왔다. 직무 면접을 하고 난 후,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졌다. 파워포인트 때문이었다. 당시 민간 회사 대부분은 엑셀과 파워포인트로 일했다. 특히 광고와 홍보 업체에서는 그 의존도가 더욱 커 보였다. 공공 부문에서 ‘ᄒᆞᆫ글’로만 일해 왔던 내게는 새로운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만큼의 부담감이었다. 결국 입사 제안을 거절했다. 말이 거절이지 포기인 셈이었다. 그 이후 열심히 공부해서 파워포인트의 기본 활용법은 습득했다. 그렇게 만든 PPT로 강의를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최근 파워포인트 금지를 선언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혁신 기업들은 물론이고 토요타나 현대카드 같은 제조업과 금융업 회사들에서도 이런 현상이 퍼진다. 기업들은 PPT 대신, 서술형 글쓰기로 토론이나 발표 자료를 만들라고 지침을 내린다.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의 현란함 대신 단순하지만 핵심을 파악하고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특성상 주제를 단순화하고 추상화하며 치장과 분칠에 중점을 두어 알맹이 없는 자료가 되기 십상이다. 외부 고객들에게 제안하는 방식으로는 유효할 수 있으나, 내부 소통용으로는 부적합하며 오히려 위기마저 자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2003년 2월 발생한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 폭발 사고 원인 중 하나가 PPT 소통의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조사위원회는 날개 손상의 발생 위험에 대해 발표할 때 파워포인트를 사용함으로써 사고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과소평가했다고 보고했다. 제목 선택, 정보 배열 및 글머리 표 크기에만 신경 썼고 경영진이 이미 믿고 있는 바를 강조하고 위험을 시사하는 불확실성과 추정은 빼버렸다. PPT의 흐름만을 따라감으로 비판적 사고가 약해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형식과 치장보다는 내용과 콘텐츠이다. 핵심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고 토론하는지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다. 회의 자료이든 보고서이든, 또는 대내외 발표 자료이든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쉽고 정확하고 내실 있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공공정책 또한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시민의 눈높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과장된 치장은 버리고, 누구나 알아야 할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소통하는 공공정책 홍보가 필요하다. 인천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과 더욱 폭 넓게 소통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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